집에 있는 교회 칼럼’ #85_ 사명자의 연약함
2021년 7월 첫째 주 칼럼(2021.7.4. ~ 2021.7.10.)
성령강림절 후 여섯째 주일 성서일과(맥추감사주일)
에스겔 2:1-10
고린도후서 12:2-10
마가복음 6:1-13
2021년 1학기 오현중 학부모사서봉사를 신청해서 봉사를 했습니다. 학생들의 학교 생활도 보고 함께 점심식사도 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오현중 학생식당 옆에는 넓은 밭이 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러 갈 때 바람에 한들한들 춤추던 푸른 보리를 보았습니다. 6월 중순쯤 되니 그렇게도 푸르렀던 보리가 노랗게 익어갔고 한 주가 지나서 가니 보리 추수를 모두 마친 상태였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보리추수가 마칠 즈음이 되면 맥추감사주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물론 현대사회에 들어와서는 보리추수라는 것이 와 닿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우연히 사서봉사를 하면서 보리밭을 봐서 맥추감사절이 오겠구나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문명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렇다면 맥추감사절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어야 할까요?
맥추감사절은 일년 중 절반정도 지난 시점에 오게 됩니다. 일년의 반, 6개월이 지나고 7월 첫 째주를 맥추감사절로 보내게 됩니다.
그렇기에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맥추감사절입니다. 첫째는 한 해를 시작하고 반년이 지나는 동안 나의 행적을 돌아보는 시간, 곧 점검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보통 한 해를 시작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올 한 해는 이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계획이 잘 되어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둘째는 남은 반년을 더 잘 나아갈 수 있도록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세웠던 계획을 점검하면서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고 좀 더 보충이 필요한 부분은 더 추가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나갑니다.
“자! 그럼 우리 함께 2021년 반 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반년을 돌아보았다면 이제 앞으로 남은 반년을 위한 준비를 해 보겠습니다. 성경강림절 후 여섯째 주일이자 맥추감사절에 주신 하나님의 말씀은 에스겔 2장 1-5절, 고린도후서 12장 2-10절, 마가복음 6장 1-13절입니다. 이 말씀이 우리가 남은 반년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에 대해 말씀해 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사명자’입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길을 잃어버리게 될 때를 살펴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시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점검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내가 너를 이스라엘 자손 곧 패역한 백성, 나를 배반하는 자에게 보내노라 그들과 그 조상들이 내게 범죄하여 오늘까지 이르렀나니” _겔2:3
에스겔 2장은 바벨론 포로로 끌러간 에스겔을 포로된 땅에서 선지자로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에스겔은 포로로 끌려온 제사장 가문에 속한 자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30세가 된 에스겔을 제사장으로 세우실 때 동시에 선지자로 세우십니다. 그리고 에스겔에게 사명을 주십니다. 주신 사명은 사실 제사장으로서의 사명보다는 선지자로서의 사명이 훨씬 강해 보입니다.
“그들은 패역한 족속이라 그들이 듣든지 아니 듣든지 그들 가운데에 선지자가 있음을 알지니라 인자야 너는 비록 가시와 찔레와 함께 있으며 전갈 가운데에 거주할지라도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의 말을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그들은 패역한 족속이라도 그 말을 두려워하지 말며 그 얼굴을 무서워하지 말지어다 그들은 심히 패역한 자라 그들이 듣든지 아니 듣든지 너는 내 말로 고할지어다” _겔2:5-7
에스겔은 제사장이 아닌 선지자로써 사명을 받아들이고 활동을 시작합니다. 제사장은 대접받는 자리라면 선지자는 배척을 받는 자리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명을 받은 자는 이러한 배척을 받아도 끝까지 나아갑니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고향 나사렛으로 가십니다. 회당에 들어가서 가르치시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알아봅니다. 그리고 모두 깜짝 놀랍니다. 예전에 보았던 목수 예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예수를 보고 모두가 깜짝 놀랍니다.
“안식일이 되어 회당에서 가르치시니 많은 사람이 듣고 놀라 이르되 이 사람이 어디서 이런 것을 얻었느냐 이 사람이 받은 지혜와 그 손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권능이 어찌됨이냐” _막6:2
예수께서 제자들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고향사람들이 환영하고 더 반가워해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오히려 예수를 배척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속담이 있습니다. 마치 그것처럼 자기보다 더 아래라고 생각했던 예수가 마치 랍비와 같이 되어 돌아오니 이들에게 시기가 일어납니다.
“이 사람이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 야고보와 요셉과 유다와 시몬의 형제가 아니냐 그 누이들이 우리와 함께 여기 있지 아니하냐하고 예수를 배척한지라” _막6:3
예수께서는 다른 곳에서는 환영을 받고 가르치시고 전파하시고 고치시는 일을 하셨는데 정작 자신의 고향에서는 오히려 배척을 받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열리지 않으니 복음을 전파하지도 못하고 그들의 병을 고쳐주지도 못합니다. 아마도 함께 했던 제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보며 가장 의아해 했을지 모릅니다. 스승의 고향에 와서 더 큰 환영을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배척을 받으니 말입니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아셨는지 고향을 떠나 다른 마을로 가셔서 더욱 열심을 다해 가르치십니다. 사명자가 가져야할 중요한 마음의 자세를 보여줍니다. 사명자가 배척을 받는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입니다.
“이에 모든 촌에 두루 다니시며 가르치시더라” _막6:6
고향에서 실패를 경험한 예수께서는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제자들에게 더욱 확실히 보여주시고 이제 제자들에게 사명자로 살아가도록 채찍질하십니다.
“열두 제자를 부르사 둘씩 둘씩 보내시며 더러운 귀신을 제어하는 권능을 주시고” _막6:7
두 명씩 보내셔서 지금까지 예수께서 하시던 것만을 보았던 제자들이 이제는 직접 복음 전하고 가르치고 고치는 사역을 감당하게 하십니다. 예수께서 고향에 받았던 배척의 경험이 이들에게 사명자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너무도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어디가서든 배척을 받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이어서 우리는 사명자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너무도 소중한 한 가지 교훈을 바울사도를 통해 배우게 됩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모두에게는 약한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그 약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감추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앞에서 살펴본 예수의 모습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예수께서는 고향에서 배척받으실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과거에 목수였고 가난하고 보잘 것은 사람이었다는 것이 모두 다 드러나는 곳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약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바울사도는 바로 이 중요한 원리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내가 이런 사람을 위하여 자랑하겠으나 나를 위하여는 약한 것들 외에 자랑하지 아니하리라” _고후12:5
약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사명자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원리입니다. 가장 큰 유익은 무엇보다 자유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약한 것을 감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바울사도에게 큰 약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육체의 가시였습니다. 어쩌면 가장 감추고 싶은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이었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것이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고 감춰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약함으로 온전하여짐을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셨습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도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_고후12:9
그렇기에 사명자는 가진 것이 없어 가난할 지라도 전혀 부끄러울 것이 되지 않고, 배운 것이 부족해도 전혀 부끄러울 것이 되지 않고, 육체의 연약함이 있어도 전혀 부끄러울 것이 되지 않고, 능력이 없어도 전혀 부끄러울 것이 되지 않습니다. 사명자가 가진 약함을 드러내어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그 약함은 강함이 되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_고후12:10
우리에게 주님께서 찾아와 주셔서 만나주시고 우리의 마음이 열려 주님을 받아드리는 순간부터 사명자가 됩니다. 모든 사명자는 쉬운 상황에서 사명자로 세워지지 않습니다. 모두 각자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명자로 부르심을 받을 때 그 부르심에 순종하여 나아옵니다. 분명 성경은 사명자에게 배척이 있고 약한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 때 사명자에게 주어진 약함으로 인해 포기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감당하고도 남는 놀라운 강함이 우리에게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2021년 이제 반년이 남았습니다. 남은 반년 어떤 마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시겠습니까?